[더스쿠프 인터뷰] 바디크림 개발 스토리 STORY - 바이셀렉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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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스쿠프 인터뷰] 바디크림 개발 스토리
작성자 바이셀렉티드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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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1-10-27 17: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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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역설적이다. 자본엔 약하고, 빈貧엔 잔인하다. 혹자는 자본주의의 숙명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그건 지독한 불평등일 뿐이다. 

2018년 창업한 화장품 스타트업 ‘가람오브네이쳐(Garam of nature).’ 이곳은 글로벌 기업들이 탐내는 IP(지식재산권) 업체다. 독특한 한방 콘셉트와 탁월한 기술력은 세계시장에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한의대 재학 시절 이 회사를 창업한 오성음(37) 대표는 ‘낯선 길’을 고집한다. 수익의 절반가량을 기부하고, 애써 개발한 기술을 사회적 약자에게 무상으로 전수한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고통의 역설’을 조금이나마 풀고 싶어서다.   

뜨고 싶어서 별짓 다 한다 둥 별별 말이 나돌지만 그는 덤덤하다. “단 한사람에게라도 도움을 주는 게 제 꿈입니다. 그저 그뿐이에요.” 그는 왜 통념通念의 바깥길을 고생스럽게 걷고 있는 걸까. 더스쿠프와 천막사진관이 오 대표를 만났다. 22번째 주인공이다. [※참고: 천막사진관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촬영했습니다.] 

오성음 대표는 숱한 좌절과 슬픔을 딛고 일어섰다. 그래서 그의 웃음엔 ‘삶의 단면’이 담겨 있다. [사진=오상민 작가]

#1장. 눈꽃과 아픈 기억  

‘창문 밖 세상’에선 눈이 내렸다. 한겨울 거친 바람에 등 떠밀린 눈들이 메마른 나뭇가지에 포개졌다. 눈꽃…. 그래, 그건 눈이 아니라 꽃이었다.

말도, 몸짓도 맘대로 못하는 아홉살 소녀 은희는 ‘창문 밖 세상’을 보는 걸 좋아했다. 그날처럼 나뭇가지에 눈꽃이 필 때면 “꺼억꺼억” 웃는 소리를 냈다. 은희에게 창문은 세상과 맞닿는 유일한 통로였을지 모른다. 은희의 낡은 침대가 창문 옆에 있는 건 그래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곳(재활원)은 은희에게 ‘고통의 공간’이었다. 온종일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은희의 몸을 욕창褥瘡(피부조직이 손상되면서 염증이 생기는 증상)이 파고든 탓이었다. 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를 악물고 신음을 삼키거나 살이 찢기는 고통을 참으며 오빠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오빠는 자원봉사자 ‘성음’이었다. 6년여 전만 해도 성음은 은희와 같은 신세였다. 군 복무 시절 큰 사고를 당해 몸을 움직이지 못했던 성음도 욕창에 시달렸다. 그때 그 기억 탓인지 성음은 은희를 끔찍이 챙겼다. 은희가 미간을 구기면 몸을 돌려줬고, 신음을 흘리면 로션을 발라줬다.

2011년 1월 그날도 성음은 은희 옆을 지키고 있었다. “… 늑대가 진짜 나타난 거야. 양치기 소년이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지….” 성음은 그림책을 실감 나게 읽었고, 은희는 오빠의 목소리에 ‘눈 장단’을 맞췄다. 행복했다. 성음은 아픔이 침식된 이 시간이 멈추길 바랐다.

어느덧 밤 8시, ‘창문 밖 세상’에선 눈꽃이 피고 있었다. “눈이 많이 오네, 가봐야겠다.” 그림책을 빠르게 덮은 성음이 은희에게 귀엣말을 건넸다. “다음에 올 때 새 그림책 꼭 사 올게.”

사실 성음이 서둘러 떠날 채비를 갖춘 건 늦은 시간 때문만은 아니었다. 성음에게 눈은 떨치기 힘든 아픈 기억이었다. “그만 내렸으면 좋겠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성음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성음 대표는 실험실 한 구석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지만, 그는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다. [사진=오상민 작가]

#2장. 침대 없는 방 

눈이 조금만 내려도 거짓말처럼 몸이 떨렸다. 거대한 눈사태에 짓눌려 온갖 뼈가 산산조각 났던 성음에게 눈은 트라우마였다. 은희와 급하게 헤어진 2011년 1월 그때도 그랬다. 눈이 ‘내렸다 멈췄다’를 거듭한 닷새 동안 성음은 어두운 방에서 몸을 빼내지 못했다. 차가운 눈에 깔렸던 그 공포의 기억이 ‘뼛속까지’ 떨게 만든 탓이었다.

성음이 몸을 추스른 건 은희와 헤어진 지 엿새째 되는 날이었다. 일찌감치 사둔 그림책을 가방에 넣던 성음은 혼잣말을 되뇌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은희를 못 본 적이 있었나?” 그리움은 설렘을 불렀고, 설렘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달음에 재활원에 도착한 성음은 은희의 방문을 살짝 열었다. “꺼억꺼억~” 성음의 귀엔 벌써 은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건 환청이었다. 은희는 거기 없었다. 은희가 누워 있던 낡은 침대도 없었다. 싸늘했다. 불길한 기운이 ‘침대 없는 방’을 휘감았다.

성음은 때마침 방에 들어온 사회복지사에게 물었다. “은희 어디 갔나요? 방을 옮겼나요?” 복지사는 무거운 표정으로 답했다. “엊그제 하늘로 갔습니다.” 

이틀 전이었다. 은희의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심장이 싸늘하게 식었다. 죽음은 허망한 바람 같았고, 운명은 가혹했다. 성음은 거칠게 자책했다.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혼자.”

그날 밤, 눈이 다시 내렸다. 재활원에서 빠져나와 한참을 걷던 성음은 작은 강가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는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번엔 눈 때문이 아니었다. 눈물 때문이었다. 들썩이는 그의 어깨에 눈이 내려앉았다. ‘슬픈 눈꽃’이 피고 있었다. 

오 대표는 “왜 나에겐 내리막밖에 없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한단계 한단계씩 역경을 이겨냈다. 오 대표의 어깨에 걸린 노을이 ‘별빛’처럼 빛난다. [사진=오상민 작가]

# 3장. 오일병! 성음아!

“다들 고개 숙여.” “콰콰쾅~.” 폐탄廢彈이 터지는 소리가 산을 흔들었다. 1초, 2초, 3초…. 이 정도 시간이면 산은 으레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날은 달랐다. “쿠르릉 쿠쿵~.” 산은 진정하지 못했고, 커다란 눈덩이를 아래로 내려보냈다. 눈사태였다. 산 밑은 아수라장이 됐다. 작업 중이던 병사들의 비명과 고성이 뒤엉켰다. “으악” “물러나!”

경기도 ○○부대 병사들에게 2005년 1월 ○○일은 평범한 날이었다. 폐불발탄을 산에 묻은 뒤 발파發破하면 ‘임무 끝’이었다. 상병 진급이 코앞이던 성음은 그곳에 있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산 중턱에 유독 많이 쌓여 있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불행은 늘 예기치 않은 순간에 삶을 덮친다. 그날은 불행한 날이었다. 폐불발탄의 폭음이 눈사태를 불렀고, 작업하던 병사들은 눈에 깔렸다. 그중엔 성음도 있었다.

“찾았다, 오일병, 성음아!” 운 좋게 성음을 발견한 동료 병사들이 소리를 질러댔지만 성음은 눈을 뜨지 못했다. 눈 속은 몹시 추웠다. 성음은 악몽을 꾸고 있었다. 

오성음 대표는 군 복무 시절에 큰 사고를 당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날의 악몽이 떠오른다. [사진=오상민 작가]

# 4장. 쓸모없는 사람 

그렇게 48시간. 성음이 눈을 떴을 땐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팔도, 다리도 움직일 수 없었다. 경추와 척추를 뺀 나머지 뼈들이 박살 난 탓이었다. 큰 사고였다. 동료 2명이 숨을 거뒀고, 여러 명이 다쳤다. 성음도 심각한 부상을 입은 병사 중 한명이었지만 목과 척추를 다치지 않은 건 기적이었다.

성음이 정신을 차렸다는 소식을 들은 동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정작 성음의 마음은 불편했다. 가족 때문이었다. “군의관님, 부모님께 다쳤다는 말씀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삶에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혈류장애’란 낯선 병에 힘겨워하는 어머니에게 ‘아들의 아픔’까지 떠안길 순 없었다.

성음은 불쑥 찾아온 불행을 홀로 견뎌야 했다. 외로웠다. 마음의 아픔은 생각보다 진하고 질겼다. 더 무서운 건 합병증이었다. 온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성음에겐 크고 작은 질병이 찾아왔는데, 그중엔 욕창도 있었다. 처음엔 새끼손가락만 하던 게 어느샌가 손바닥만큼 커지더니, 피부와 근육을 파고들었다. 정말 끔찍했다.

눈사태에 깔렸던 오 대표는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경추와 척추를 뺀 나머지 뼈가 산산조각 난 탓이었다. 그 때문에 오 대표는 욕창에 시달렸다. 사진은 오 대표가 당시 썼던 욕창약. [사진=오상민 작가]

1년 후 성음은 ‘의병依病 전역’했다. 다행히 걸을 순 있었지만 몸이 완전히 회복한 건 아니었다. 조금만 격한 일을 해도 부서졌던 뼈들이 ‘이상신호’를 보냈다. 눈만 내리면 몸에 경련이 일어나 평범한 일자리를 얻는 것도 어려웠다.

정상이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아프다고 하기엔 멀쩡한 사람…. 성음은 자신을 ‘경계인境界人’이라 불렀다. 이도 저도 아닌 자신을 꼬집는 뼈아픈 ‘자기비하卑下’였다. 

성음이 아픈 사람들을 찾아다닌 건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내심 ‘위로받고 싶다’는 기대도 있었다.

성음을 그토록 좋아하던 은희를 만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창문 옆 침대에 온종일 누워있는 소녀, 욕창에 시달리는 소녀…. 은희를 보살필 때 성음은 ‘난 쓸모없는 사람’이란 비하를 떨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은희가 성음을 따를수록 무력함도 커졌다. 은희를 괴롭히는 욕창의 고통을 알면서도 ‘싸구려 로션’이나 발라주는 자신이 한심했다. 그렇다고 살림이 뻔한 재활원에 값비싼 욕창 약품을 사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었다. 그건 과한 청請이었다.

은희가 눈을 감았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 강가에 홀로 선 성음은 한참 울었다. 충격과 자책 탓이었지만 눈물만 흩뿌리고 있을 순 없었다. 더 이상 쓸모없는 경계인으로 살 수도 없었다. 성음은 눈물을 밀어내며 다짐했다. “은희야, 네 친구들은 그렇게 보내지 않을게, 약속할게.”

매서운 강바람이 성음을 훑었다. 그의 어깨에 피었던 눈꽃이 어디론가 날아갔다. 성음은 강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성음은 어둠 속에 눈물을 묻었다.

정상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하고 아프다고 하기엔 멀쩡한 사람, 성음은 자신을 경계인이라 불렀다. 이도 저도 아닌 자신을 꼬집는 아픈 말이었다. [사진=오상민 작가]

#5장. 경계인, 경계선을 넘다 

“황련‧황백을 이용한 대표 처방으론 ‘황련해독탕’이 있습니다. 감기에 특효약이죠. 하지만 황련해독탕이 열만 떨어뜨리는 건 아닙니다. 염증도 제거해 줍니다.”

2015년 가을, 대구한의대 정지욱 교수의 ‘본초학 클래스’. 수강생 30여명 중엔 복학생쯤으로 보이는 이도 있었다. 염증이란 단어를 들은 그는 고개를 연신 갸웃했다. “염증 제거… 황련해독탕에 그런 효능이 있어?”

수업이 끝난 후 학생은 정 교수를 찾아가 다짜고짜 물었다. “황련해독탕이 정말 염증을 제거해 주나요? 욕창에도 좋은가요? 교수님 랩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정 교수에게 황련해독탕의 효능을 물어본 이는 다름 아닌 성음이었다. 은희를 마음에 묻은 성음은 3년 뒤 한의대(한약재약리학과)에 들어갔다.  ‘한의학을 배워서 은희와 같은 허망한 죽음을 막겠다’는 거창한 꿈을 키웠던 건 아니었다. 성음은 그저 ‘경계인’이란 굴레를 벗어던지고 싶었고, 그래야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지욱 대구한의대 교수(왼쪽)와 오성음 대표. 오 대표는 정 교수의 ‘본초학’ 수업을 듣고 인생의 항로를 바꿨다.[사진=오상민 작가]

출발선이 달랐으니 생각도 달랐다. 성음은 강의실보단 약재상을 더 좋아했다. 약재에 숨은 효능을 깨치기 위해 밤을 지새운 날도 숱했다. “참 실속 없는 짓 한다”며 빈정거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성음에겐 꼭 고치고 싶은 병이 있었다. 욕창이었다.

사실 욕창은 단순한 질환이 아니다. 심하면 뼈가 보일 정도로 살이 썩어들어간다. 냄새는 끔찍하고, 고통은 극심하다. 몇몇 소수만 겪는 것도 아니다. 요양시설 환자가 욕창에 걸릴 확률은 30%에 이른다. 노인요양병원 환자 중 3분의 2가 욕창위험군이란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빈貧의 늪’에 빠진 이들은 욕창약품 하나를 제대로 바르지 못한다. 값이 비싸서다. 많은 욕창환자가 ‘보습용 로션’에 의존하는 이유다. 은희처럼 말이다. 성음이 정 교수에게 ‘랩에 들어가고 싶다’고 청했던 건 이 때문이었다.

그에겐 꿈이 있었다. 값싸고 품질 좋은 ‘욕창크림’을 개발하는 거였다. 훗날 자신이 욕창크림을 수출하는 기업을 창업할 줄은 짐작조차 못 했지만 성음은 그 꿈을 주저 없이 두드렸다. ‘경계인’ 성음은 그렇게 경계선을 넘고 있었다. 

오성음 대표는 강의실보단 약재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아약업소는 오 대표가 학창 시절부터 자주 드나들던 약재상이다. 이철로 대아약업소 대표는 오 대표의 또다른 스승이다. [사진=오상민 작가]
황련해독탕에 염증을 잡아주는 효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오 대표는 ‘욕창크림’ 개발의 꿈을 조금씩 꾸기 시작했다. [사진=오상민 작가]


# 6장. 고통의 역설 

건강 불평등은 불필요하고, 공정하지 않다
- 마거릿 화이트헤드

고통은 인지하는 순간 고통이 된다. 고통을 인지할 능력이 없는 이는 그게 고통인지도 모른 채 삶을 마감한다. 그래, 고통은 역설적이다. 자본엔 약하고 약자에겐 잔인하다. 자본을 가진 이는 고통을 빠르게 깨치고 없앨 수 있다. 가난의 덫에 걸린 이는 고통을 이겨낼 자격마저 잃는다.

누군가는 이를 자본주의의 숙명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이건 공정하지 않은 불평등일 뿐이다. 단 한명이라도 ‘고통의 역설’을 풀어내야 하는 이유다. 

2018년 창업한 화장품 제조업체 ‘가람오브네이쳐(이하 가람)’의 오성음 대표. 그는 한방양리학을 수학한 스타트업 CEO다. 한의사는 아니다. 창업하느라 약재를 개발하느라 누군가를 돕느라 학업을 마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가람이 작은 스타트업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니다. 가람은 글로벌 기업들이 탐내는 IP(지식재산권) 업체다. 등록 특허는 2개, 출원 특허는 6개에 이른다. 제품은 벌써 세계시장을 휘젓고 있다.

가람의 안티폴루션 얼굴화장품은 미 FDA, 유럽 CPNP 등 세계 각국의 인증 절차를 줄줄이 통과했다. 1년여 연구 끝에 개발한 ‘한방’ 욕창크림도 해외시장의 문턱을 넘어섰다. 


“이곳에서 꼭 다같이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오성음 대표는 가람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길 원했다. 실험실 한 구석에서 창업한 후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다 정식으로 사무실을 얻은 곳이 바로 여기다. 오 대표에게 이 사무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왼쪽부터 김민성 주임, 정은비 사원, 오 대표, 박상혁 팀장. [사진=오상민 작가]
한방 약재는 묘하다. 성분이 같아도 배합 비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 그래서 실험과 회의는 필수다. 오 대표와 직원들이 샘플을 보면서 제품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오상민 작가]

이럴 때 CEO는 대개 두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한다. 제품을 팔기 위해 마케팅에 힘을 쏟거나 큰 업체에 기술을 팔거나다.

하지만 오 대표는 ‘통념通念’의 바깥길을 걷고 있다. 수익의 절반가량을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쓴다. 애써 개발한 기술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무상으로 건네기도 한다. 

이런 그에게 세상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누군가는 ‘별별 방법으로 뜨려 한다’며 진심을 곡해한다. ‘비즈니스 마인드가 제로다’ ‘한의사도 아니면서 한의사 흉내를 낸다’며 책잡는 이들도 있다. 오 대표는 야속한 편견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그를 꼬집는 이들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듯, 자신이 그런 길을 걷는 데도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다.

“벌써 10년이 흘렀네요.” 오 대표가 조용히 입을 뗐다. “아프다는 말조차 못 하는 소녀가 있었어요. 지적 장애 탓이었죠. 전 도움을 주지 못했어요. 소녀가 삶을 마칠 때 옆을 지키지도 못했죠. 그때 마음먹었어요. 단 한명에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요. 제 꿈은 이것뿐입니다.”

오 대표가 눈을 감았다. 대구한의대 랩(Lab)에서 약재를 연구하고 있는 성음이 보였다. 뭔가 풀리지 않는지 미간을 잔뜩 구기고 있었다.


오 대표는 한방양리학을 수학한 스타트업 CEO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독특한 이력이다. [사진=오상민 작가]

# 7장. 우리 창업해 볼까 

암, 아토피, 항염증…. 랩에서 연구해야 할 건 숱했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았다. 2017년 성음이 맡았던 ‘누에고치 연구’도 난제였다. 연구과제는 누에고치실에서 더 많은 세리신(천연단백질)을 추출하는 거였다.

성음으로선 탐이 날 만한 연구였다. 세리신의 추출률을 끌어올린다면 성음이 꿈꾸던 ‘욕창크림’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었다.[※참고: 화장품에 많이 사용하는 세리신엔 코팅·보습기능뿐만 아니라 항염증 효능도 있다.] 

연구는 만만치 않았다. 세리신의 데이터는 번번이 성음을 기만했다. 어쩔 땐 기준선을 넘었지만 어쩔 땐 한참이나 밑돌았다. 성음은 끝내 ‘선’을 넘지 못했고, 연구는 실패했다.

물론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성음은 이 연구를 통해 세리신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비법을 찾아냈고, 2018년 3월 대구한의대 교내기업에 이를 전수했다. 성음이 연구한 과제가 실생활에 접목된 첫번째 사례였다. 하지만 성음은 만족하지 못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이란 아쉬움 탓이었다.    

오 대표의 장점은 ‘여유’다. 일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많은 좌절을 겪어본 그는 실패가 끝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사진=오상민 작가]

“오 선배, 기술이전식 잘했어요?” 연구실 후배 상혁이가 찾아온 건 그때였다. 박상혁. 침착하고 담대한 후배였다. 무엇보다 진정성이 있었다. 연구의 결과보단 과정에 진심을 담으려 애썼다. 그건 순수한 열정이자 책임감이었다.

“상혁아! 우리 같이 창업해 볼까?” 성음이 느닷없이 속마음을 드러낸 건 상혁을 더없이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상혁은 답을 하지 않았다. 어스름이 내려앉을 때까지 성음의 말을 듣기만 했다.

어두워진 연구실을 작은 등불이 밝혔다. 어느샌가 쫓아온 꿈이 남은 어둠을 밀어냈다. 저 멀리서 여명黎明이 밝아오고 있었다. 


박상혁 연구개발팀장(오른쪽)은 가람을 창업한 후부터 ‘개발팀’을 이끌어왔다. 오 대표는 박 팀장이 없었다면 가람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은 좋은 파트너다. [사진=오상민 작가]

# 8장. 가야 할 길 납득 못할 길 

(옛말 가람)
길게 흐르는 큰 물줄기  

성음에게 강江은 생각을 조율하는 장소였다. 그곳에서 그는 희망을 지피고, 절망을 꺾었다. ‘아픈 소녀’ 은희를 마음에 묻은 곳도 강이었다. 성음이 회사 이름을 강의 옛말인 ‘가람’이라 지은 건 우연이 아니었다.

2018년 10월 상혁과 함께 창업한 가람은 빠르게 이름을 알려 나갔다. 개발비 마련을 위해 도전한 ‘대한민국 창의력 공모대전’ ‘경북 창업경진대회’ 등에서 호평을 받은 덕이었다.

해외시장도 일찍 뚫는데 성공했다. 가람이 2019년 론칭한 얼굴화장품(바이셀렉티드)은 세계 각국의 검증 절차를 가볍게 통과했다. 같은 해 미국에서 가장 큰 화장품 유통채널로부터 입점 제안도 받았다. 가람으로선 ‘큰물’에서 뛰놀 기회를 거머쥔 셈이었고, 그건 대박의 징조였다. 

가람이 2019년 론칭한 안티폴루션 얼굴화장품 ‘바이셀렉티드’. 이 화장품은 미 FDA, 유럽 CPNP, 유라시안 공동체(EAEC) TRCU 등의 인증 절차를 통과했다. [사진=오상민 작가]

하지만 성음은 눈앞의 이익을 좇지 않았다. 가람이란 사명답게 ‘길게 흐르는 큰 물줄기’를 따라가기로 했다. 이를테면 꿈의 길이었다. “얼굴화장품을 잘 론칭했으니 이제 욕창크림을 만들겠습니다. 다시 시작합시다.”

가람 식구들은 손사래를 쳤다. “왜 가시밭길을 가려는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어쩌면 당연한 반발이었다. 성음에겐 가야 할 길이었지만, 직원들에겐 납득 안 되는 길이었다.

현실적 장벽도 있었다. 욕창크림을 개발할 원천기술도, 방법론도 없었다. 성음이 꿈꾸는 욕창크림의 밑그림이 단순한 것도 아니었다. 황련‧황백 등 한방 약재와 세리신을 결합하는 게 기본 조합이었는데,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창업 후 가람의 개발팀을 이끌어온 상혁마저 성음의 생각에 선뜻 동의하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이 문제를 두고 성음과 가람 식구들은 며칠간 논쟁했고, 또 며칠간 서로의 생각을 살폈다. 고단한 절차였지만 넘어야 할 과정이었다. “드르르~” 성음의 휴대전화가 둔탁하게 울린 건 그때였다. “형, 얘기 좀 해요.” 상혁이었다.

사석에서도 대표님이라 부르던 그였다. 그런 상혁이가 형이라고 부른 덴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게 분명했다. 성음은 대답하지 않았다. “형~.” 깊은 침묵 탓인지 여음이 길게 이어졌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화장품의 트렌드가 ‘디자인’에서 ‘더마(피부과학)’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은 ‘한방’을 콘셉트로 내세운 가람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가람은 지난 4월 ‘경북 글로벌 IP 스타트업’ 23곳 중 1곳에 선정됐다. [사진=오상민 작가]

#9장. 아버지와 상혁이 

‘절 밑 작은 집’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방 두칸짜리 허름한 집이었지만 사람들이 온종일 북적댔다. 대부분 소외되거나 힘없는 이들이었는데, 그중엔 아이들이 많았다.

목회자인 아버지는 아이들을 ‘인간의 꽃’처럼 소중히 여겼다. 갈 곳 없는 아이가 찾아오면 며칠이곤 방을 내줬다. 실수를 저지른 아이라도 가슴에 품고 보듬었다. 이제 갓 중학생이 됐던 성음은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왜 그렇게 정情을 나눠주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할아버지를 일찍 여의셔서 그런가 보다’고 어림잡을 뿐이었다. 성인이 됐을 때도 성음은 아버지에게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아버지에게도 그럴 만한 사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 대표는 욕창환자들이 어쩔 수 없이 바르는 ‘값싼 로션’ 냄새를 싫어한다. 오 대표가 욕창크림의 재료를 선택할 때 ‘냄새’를 중시하는 이유다. [사진=오상민 작가]

“욕창크림을 개발하겠다”는 말을 꺼냈을 때, 성음은 직원들이 그 이유를 묻지 않길 바랐다. 내심 믿어줬으면 했다.

사실 말 못 할 사연을 구구절절 털어놓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려면 ‘아픈 기억’을 들춰내야 했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은희가 세상을 떠난 후 몇년간 성음을 괴롭힌 게 있었다. 냄새…, 은희의 욕창에 발라주던 싸구려 로션 냄새였다.

성음은 그 냄새만 맡으면 한심했던 자신이 떠올라 견딜 수 없었다. 그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피가 날 때까지 손바닥을 닦아내곤 했다. 그건 울분이었다. 설움이었다. 트라우마가 빚은 슬픈 버릇이었다. 성음이 값싸고 질 좋은 욕창크림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건 어쩌면 이때였을지 모른다. 

“형~, 성음이 형!” 깊은 침묵을 깬 건 이번에도 상혁이었다. 그는 성음에게조차 숨겨왔던 사연을 털어놨다. “사실 제 할아버지도 욕창으로 고생하고 계세요. 그래서 너무 잘 알아요. 욕창이 환자만이 아니라 간병인, 간호사도 힘들게 한다는 걸요. 좋은 욕창크림 만들고 싶은 거죠? 해보시죠.”

그래, 누구에게든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법이다. 상혁이 짧게 웃었다. 성음이 긴 호흡으로 답했다. 둘은 그렇게 장단長短을 맞추고 있었다. 

누에고치의 실엔 ‘세리신’이 함유돼 있다. 같은 누에고치 양에서 더 많은 세리신을 추출하는 게 가람의 목표다. 오 대표(오른쪽)와 박 팀장이 약재의 함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오상민 작가]

# 10장. 아름다운 가치와 꿈 

쏴아~. ‘창문 밖 세상’에선 겨울비가 내렸다. 먹구름을 떠난 비들이 창문에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가람 연구실의 적막은 깨지지 않았다. 연구실을 휘감은 긴장감이 창문 틈새로 새어 들어온 빗소리마저 통제하고 있었다.

2019년 12월, 연구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9개월을 넘어섰다. ‘한방’ 욕창크림을 개발하는 건 난감함의 연속이었다. 툭하면 예측 못 한 변수가 나타나 속을 태웠다. 세리신의 염증제어력을 끌어올리면 크림이 단단해졌다. 농도를 묽게 조절하면 염증제어력이 약해졌다.

황련‧황백 등 한방 약재의 배합 비율을 찾는 것도 힘겨운 작업이었다. 성음은 살짝 열려있던 창문을 닫으면서 걱정을 머금었다. “오늘도 결과를 얻지 못하면 한 해를 넘겨야 할 텐데….”


어떤 연구든 변수를 통제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한방’ 욕창크림을 개발할 때 오 대표와 박 팀장은 어려운 과정을 감내해야 했다. [사진=오상민 작가]

한개의 평균값을 구하려면 실험을 숱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평균값이 나온다고 실험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평균값이 기준선을 넘지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연구는 기다림과의 싸움이다. [사진=오상민 작가]

상혁의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대표님, 결과 나왔습니다.” 1200, 1300…. 성음은 세리신의 데이터를 빠르게 훑었다. 다행이었다. 기준선을 웃돌고 있었다. 황련‧황백을 배합해 만든 ‘천연항생제’의 기능도 합격점이었다. 이 정도라면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면서 염증을 통제할 수 있었다.

성음은 발 빠르게 후속 작업에 착수했다. 특허청에 ‘한방을 이용한 항염증 물질’이라는 내용의 특허를 출원했다(2020년). 동시에 ‘리프레싱 바디크림’이란 욕창크림도 출시했다. 가격은 수입제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오랫동안 꿈꿔온 값싸고 품질 좋은 ‘욕창크림’을 론칭한 셈이었다.

꿈의 성과는 눈부시다. ‘한방’ 욕창크림은 올 3월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동유럽에서 빅히트를 쳤다. 최근엔 미 바이오업체와 30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도 체결했다. 코로나19로 세계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표다.

더 놀라운 건 가람의 ‘아름다운 가치’다. 성음은 ‘한방’ 욕창크림을 재활원‧요양병원‧노인복지관 등에 시중가격보다 싼값에 제공하거나 무상기부하고 있다. 아프리카 빈국貧國에도 원조품으로 보내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욕창크림은 비싼 수입품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거예요. 은희처럼 말 못 할 고통을 겪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오성음 대표는 ‘작은 이익’을 좇지 않는다. 오 대표와 노랑고래팀이 비영리사단법인 라이트핸즈에 기부할 손소독제를 옮기고 있다. [사진=오상민 작가]
오 대표는 아름다운 가치가 착한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가람 사무실 앞에 기부 예정 물품이 쌓여있다. [사진=오상민 작가]

가람은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수익의 상당 부분을 투자한다. 직원들의 협조와 도움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기부 물품 정리를 위해 오성음 대표와 가람 직원들, 그리고 노랑고래팀이 나섰다. 아동복 및 생활용품을 국내외 필요한 곳에 전달하기 위해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수천개의 박스를 정리했다. [사진=오상민 작가]

#11장. 키다리아저씨의 꿈 

성음은 지난 4월 캄보디아에 얼굴화장품, 욕창크림과 함께 의류‧아동복을 기부했다. 얼마 전엔 지역 취약계층에 욕창크림을 선물하고, 국내 미혼모 시설엔 기저귀와 아동복을 건넸다. 경영하랴 약재 개발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지역 재활원에 내려가 힘을 보탠다.

이런 그에게 몇몇 이들은 “땅 파서 장사할 거냐”고 묻는다. 성음은 뜻을 바꿀 생각이 없다. 기부 금액이 어느새 회사 수익의 절반까지 늘었음에도 단호하다. “아름다운 가치가 착한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란 나름의 확신에서다.

노랑고래는 오성음 대표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해온 김태경 대표, 임파선 암을 극복하고 있는 오다영 이사가 함께 설립했다. 암 환자의 자립을 돕는 게 목표다. 노랑고래란 사명은 ‘고래처럼 힘차게 바다로 나가라’란 의미에 참외색을 상징하는 노랑을 덧붙여 만들었다. [사진=오상민 작가]
노랑고래는 오는 8월 참외꼭지에서 추출한 천연물질로 만든 화장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오성음 대표가 기술을 이전해줬다. 김태경 대표(오른쪽)는 “암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청년들과 함께 이 화장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다영 이사는 “시간‧미래 등이 절망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사진=오상민 작가]

성음은 최근 또다른 ‘후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6월 ‘피지皮脂’를 꺼내주는 천연물질을 참외꼭지에서 추출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 기술을 미래 사회적기업 ‘노랑고래’에 무상으로 전수하고 있다. 노랑고래는 암 환자의 자립을 돕기 위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암처럼 큰 병을 앓은 사람들은 사회에 곧바로 진입하기 어려워요. 한동안 경계선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죠. 수많은 경계인이 노랑고래를 발판 삼아 사회 곳곳으로 나갔으면 합니다. 전 키다리아저씨처럼 그림자 역할에 충실할 생각입니다(웃음).”

석양이 노랑고래 위를 넘실거렸다. 저녁 햇빛을 맞은 성음의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지더니, 도로 경계선에 홀로 핀 들꽃을 감쌌다. 성음이 그림자를 보며 활짝 웃었다. 거기엔 키다리아저씨가 서 있었다. 경계선은 없었다.

글=이윤찬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

사진=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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